1. ‘취미’가 다시 쓰이는 시대
한때 취미란 그저 ‘일상의 틈새’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도구.
하지만 지금 중국 MZ세대에게 취미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그들에게 취미는 자신을 정의하는 정체성의 언어이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PR 수단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달리고, 드립 커피를 내리고, 향기를 조향한다.
특히 러닝, 요가, 트래킹처럼 몸을 쓰는 웰니스 활동은
건강 관리라는 목적을 넘어, 삶의 태도와 의식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중국 MZ세대에게 취미란,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정돈하는 ‘감정 루틴’의 일부다.
2. 취미는 취향이고, 취향은 증거다
중국 SNS에서는 요즘 ‘취미 계정’이 활발하다.
작업실 한 켠에 그린 수채화를 올리거나, 1일 1러닝 기록을 공유하거나,
내가 고른 드립커피 원두와 향기를 일기처럼 적는다.
이들이 취미를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서”**가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 스스로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중국 Z세대는 알고 있다.
취미는 이제 여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이 취미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 ‘콘텐츠’가 된다.
루틴과 감정, 오브제와 공간, 운동과 회복…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취미는 나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정돈하는 방식이다.”
3. 러닝, 요가, 트래킹: 움직이는 취향, 태도의 소비
러닝
중국 러너들 사이에선 #晨跑打卡(아침 러닝 인증)가 하나의 문화다.
혼자 달리더라도, 그 루틴을 인증하고 공유함으로써
성실함과 자기관리 능력, 감정 컨트롤력을 보여준다.
러닝은 이제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5km를 뛴 나”**는
스스로에게도, 세상에게도 존중받을 만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가
요가는 ‘회복’과 ‘안정’을 중심에 둔 정서적 리추얼로 소비된다.
Keep 앱에서 하루 15분 스트레칭을 하고,
아로마 디퓨저와 함께 호흡을 고르는 모습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이다.
요가 콘텐츠에는 늘 같은 해시태그가 붙는다.
#自我恢复(자기 회복), #治愈系生活(치유계 라이프), #今晚早点睡(오늘은 일찍 잘 거야).
요가는 타인보다 내 감정에 집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의 루틴이다.
트래킹
산에 오르는 행위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디지털 피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상징을 갖는다.
트래킹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기 정비의 시간을 가지는 방식이며,
요즘 유행하는 ‘산계 생활(山系生活)’은 일상에서 자연을 닮은 리듬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감정의 표현이다.
트래킹용 스냅에는 이런 문구들이 따라붙는다.
“오늘은 이 길만 생각하며 걸었다.”
“신호도 잘 안 잡히는 이 고요함이 필요했다.”
이 모든 웰니스 취미는 결국,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회복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공유함으로써
내 삶의 방향성을 증명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4. 디지털 취미, 감정 루틴, 그리고 콘텐츠화
중국에서 취미는 점점 더 SNS 기반 콘텐츠 루틴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小红书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주목된다:
- ‘1일 1기록’ 콘텐츠가 인기 (#手帐练习, #跑步记录)
- 감성 기록지, 체크리스트, 스티커처럼 취미를 구조화하는 시각화 도구의 인기
- 취미 공유는 ‘자랑’보다 **“하루를 잘 살았다는 증명”**이 됨
예를 들어, 요가를 15분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걸 정리한 일기와 사진을 업로드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과정은 자기 만족과 정체성 정리의 리추얼이며,
콘텐츠를 통한 사회적 감정의 순환 방식이기도 하다.
5. 브랜드는 ‘취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취미를 둘러싼 감정의 맥락’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 러닝과 연결된다면?
→ “러닝 후 샤워에 어울리는 수분 보충용 미스트”
→ “달리기 전 집중을 위한 루틴 스프레이”
✔ 요가와 연결된다면?
→ “몸을 움직이기 전 마시는 카페인프리 티”
→ “스트레칭 후 마음을 진정시키는 디퓨저 & 룸스프레이”
✔ 트래킹과 연결된다면?
→ “산의 향을 담은 포터블 향수”
→ “트래킹용 에너지바가 담긴 취미 세트”
브랜드가 단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루틴 안에서 감정과 함께 기억될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소비가 아닌 관계의 시작이다.
6. 결론|취미는 자기 정체성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MZ세대는 더 이상
‘어떻게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보이길 원하는가’를 고민하는 세대다.
그들에게 취미는 여가가 아니라,
정체성을 정리하고, 삶의 균형을 조절하는 감정적 시스템이다.
그들은 스펙보다 루틴,
경쟁보다 리추얼,
결과보다 감정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
취미와 취향,
그리고 그것을 함께 구축할 브랜드가 존재한다.
취미는 사적인 취향이 아니라,
퍼블릭한 정체성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 MZ는 취미를 고를 때,
곧 자기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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